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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천년 전 치석이 밝혀준 중세 유럽여성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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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여성의 아랫니. 푸른 빛이 도는 치석이 1천년 전 삶을 추적하는 단서가 됐다.  ⓒ 크리스티나 워리너 박사 제공

중세 여성의 아랫니. 푸른 빛이 도는 치석이 1천년 전 삶을 추적하는 단서가 됐다. ⓒ 크리스티나 워리너 박사 제공

약 1천년 전 숨진 중세 유럽 여성의 치석에서 검출된 군청색 고급 안료를 통해 중세 여성들의 삶이 새로 조명됐다.

독일 막스 플랑크 인류역사 과학 연구소와 요크대학 연구팀은 1천100년께 독일 서부 달하임의 한 작은 수도원에 묻힌 중년 여성의 치석 분석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실었다.

이 여성은 탄소연대 측정 결과, 997~1162년 사이에 약 45~60세를 살다 숨진 뒤 수도원 묘역에 묻힌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원 설립 시기는 명확지 않으나 1244년 문서가 최초 기록으로 남아있다. 설립 이후 14세기에 전쟁에 휘말려 파괴될 때까지 모두 14명의 여성이 이곳에 산 것으로 돼있다. 이 여성도 여기에 포함되며, 이들은 교육을 받은 상류층의 부유한 여성일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이 여성의 유골은 특별한 질환이나 이렇다 할 특징이 없었다. 다만 푸른 빛이 남아있는 치석이 특이했는데 여기서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치석에 남은 라피스 라줄리 안료 분자  ⓒ 모니카 트롬프 제공

치석에 남은 라피스 라줄리 안료 분자 ⓒ 모니카 트롬프 제공

연구팀은 이 여성의 치석을 용해해 수백개의 청색 분자를 추출한 뒤 마이크로 라만 분광법 등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보석의 일종인 ‘라피스 라줄리(청금석)’로 만든 군청색 안료라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치석에 이런 안료가 남게 된 경위를 다양하게 검토했으나, 입안의 안료 분포를 볼 때 그림을 그리면서 붓끝을 입으로 빨았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라피스 라줄리 안료는 당시 필사본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재료 중 금, 은 등과 함께 가장 고급스러운 것 중 하나였다. 따라서 뛰어난 실력을 갖춘 필경사나 화가만이 이런 고급 재료를 사용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화려하게 묘사된 필사본이나 그림들은 종교인이나 귀족들이 사용하는 용도로 제작됐으며, 여성들은 이런 작업에 참여하지 않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세 여성이 살았던 교회 터 ⓒ 크리스티나 워리너 제공

중세 여성이 살았던 교회 터 ⓒ 크리스티나 워리너 제공

연구팀은 그러나 이 여성이 그림을 그렸을 뿐만 아니라 아주 비싼 재료를 이용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는 것은 중세여성들이 종교적 문서나 작품을 만드는 데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는 통념을 깨는 것이라고 밝혔다.

논문 수석저자인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크리스티나 워리너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여성이 매우 희귀하고 비싼 안료로 한적한 시골에서 그림을 그렸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했다”면서 “이 여성의 스토리는 이번 연구가 없었다면 영원히 묻혔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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